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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 10명 중 6명 "가정폭력.방임에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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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진아
작성일19-08-30 09:37 조회7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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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쉼터를 찾는 위기 청소년 10명 중 5~6명은 가정에서의 폭력과 학대·방임을 피해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살아남기 위해 가정에서 도망친 청소년들은 귀가를 거부하며 자립하고자 하지만, 쉼터도 열악해 큰 도움을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탈가정(가출) 청소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는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전국 쉼터 130여곳 가운데 93곳의 소장 및 종사자를 상대로 가출 청소년의 특성과 쉼터 운영 실태에 대해 조사했다고 28일 밝혔다. 매년 수만명의 청소년이 쉼터를 찾고 있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된 바가 없었다. 청소년 쉼터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는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중장기 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의 대다수는 ‘가정 폭력을 견디기 어렵다’(40.1%)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20.9%) 등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왔다. 세간의 고정관념처럼 ‘친구와 놀기 위해’(5.5%), ‘자유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5.8%)서가 아니었다. 3개월가량 짧게 몸담는 단기 쉼터의 경우도 가정을 탈출한 청소년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들 중 절반은 귀가 의사가 없다고 했다. “집에 돌아가도 전과 같은 문제를 겪을까 걱정된다” “가정 폭력으로 집에 가기 두렵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귀가를 주저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약 80%가 원 가정에 안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백혜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가출 청소년은 가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가출한다”며 “이들에게는 가정의 보호가 아닌 사회의 보호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정에서의 학대·방임으로 내쳐진 청소년들은 우울과 분노조절장애를 겪으며 정신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았다. 소장과 종사자들은 쉼터 이용 청소년 가운데 36.4%가 지적 장애, 경계선 장애 등을 겪고 있어 대처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일부 불안정한 청소년은 다른 청소년이나 쉼터 근무자를 폭행하고 폭언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남 쉼터협의회 회장은 “이들을 상담·치료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이 아예 없다”며 “쉼터 간 불안정한 청소년을 주고받으며 ‘폭탄 돌리기’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가출 청소년에게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야 할 쉼터는 재정난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쉼터를 찾은 청소년은 3만2000명이 넘지만, 종사자는 800여명에 불과하다. 종사자의 77.3%가 3000만원 이하(세전 연봉)를 받고 있을 정도로 처우도 좋지 않다.

근무자의 이직이 잦아 업무 경험과 전문성도 축적되기 힘들다. 주로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구성된 종사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3년을 갓 넘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이상 종사자는 6.3%에 불과했다. 김범구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소장은 “전문성이 부족한 직원들이 고위기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는데, 그마저도 자주 바뀐다”며 “엄마·아빠와 같은 담당 직원이 바뀌면 청소년도 쉼터에 오래 머무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이 가출팸 등으로 흘러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쉼터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쉼터는 거리의 위기 청소년을 발굴해 안착시킬 수 있는 최후의 전선”이라고 했다. 쉼터협의회는 29일 국회에서 포럼을 열고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체계 개선을 촉구할 예정이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651732&code=61121111&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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